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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이 문 닫는다면...

  • 2017.02.24(금) 10:05

'안진'발 회계업계 재편 가능성
딜로이트 제휴가 운명 가를 수도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수위에 회계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업계 2위라는 회계시장에서의 무게감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소속된 회계사만 1100명이 넘고, 감사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기업도 1400여 곳에 달한다.
 
안진회계법인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중징계을 받게되면 회계시장은 한동안 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소속 회계사와 직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고, 안진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고 있는 기업들은 새 감사인을 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3월 중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회계감리 결과를 공개한다는 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업무정지는 곧 파산..업계재편 불가피
 
안진회계법인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는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업무정지급 이상의 징계를 받는 것이다.
 
업무정지 징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위인 `신규 감사업무 제한` 조치만 받더라도 3~4월 신규계약은 모두 남의 일이 된다. 현재 안진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맺고 있는 1400여개 기업 중 1100여개가 3월에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다. 감사계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300여개 기업의 감사업무만으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업계에서 업무정지 자체로도 폐업에 가까운 효과가 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진회계법인이 업무정지를 당하게 되면 나머지 대형 회계법인은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해 2위 안진을 턱밑까지 쫒아온 삼정회계법인, 만년 4위를 벗어나려는 한영회계법인까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일은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고 삼정은 안진보다 감사쪽 영업을 잘하는 것으로 평이 나 있다. 한영은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안진의 컨설팅 파트가 무더기로 이직하는 등 안진에서 인력을 빼 온 전력이 있다. 모두 위협적인 존재다.
 

# 징계 확정되면 대규모 이직사태
 
일감 재편에 이어 대규모 인력 재편도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안진을 떠난 회계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회계법인에게 외부감사는 자존심이자 생명줄인데 외부감사 계약을 못하면 인력은 떠날 수밖에 없다"며 "안진 내부에 징계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고 적지 않은 인력들이 여차하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 유출 규모가 크면 감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당시 외부감사인이던 산동회계법인이 1년 영업정지 후 회계사들이 무더기로 떠나면서 스스로 감사불능을 선언했고, 2009년 케이디세코 분식회계 문제로 6개월 영업정지됐던 화인경영회계법인도 감사불능을 선언하고 자진 폐업했다.
 
안진회계법인이 징계를 받으면 회계법인을 분사 형태로 쪼개는 것도 어려워진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회계법인을 설립하려면 공인회계사 3명 이상을 이사로 둬야 하는데 금융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원(파트너) 회계사나 업무정지된 회계법인의 이사로 있던 회계사는 신규 회계법인의 이사가 될 수 없다.
 
2016년 3월말 기준 안진회계법인의 이사는 139명인데 업무정지 조치를 받게 되면 이들이 모여서 신규법인을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딜로이트 끈 잡는다면...
 
안진회계법인이 업무정지를 당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끈은 있다. 바로 글로벌 회계법인과 제휴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인 PWC, Deloite, EY, KPMG는 세계 각국의 대형 회계법인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PWC-삼일, Deloite-안진, EY-한영, KPMG-삼정이 각각 제휴관계에 있다. 
 
이들은 상호 간의 이익도모를 위해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데 국내 4대 회계법인은 이들과의 제휴를 통해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는 힘을 얻고, 글로벌 회계법인은 국내 글로벌 기업의 일감을 따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업계의 이목은 안진이 징계를 받더라도 딜로이트가 계속해서 제휴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쏠려 있는데, 일단 지난해 말 딜로이트 로저 다슨 부회장이 제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딜로이트가 안진의 손을 놓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안진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딜로이트가 안진과 제휴를 끊을 경우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국내에는 사실상 안진을 대체할 만한 회계법인이 없다. 빅4 다음으로 대주회계법인(5위), 삼덕회계법인(6위) 등이 있지만 이들 법인은 빅4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한영의 매출만해도 이들보다 4배 가량 많다.
 
안진이 딜로이트라는 끈을 유지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회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의 업력이 30년을 넘었는데 이런 규모와 역사를 가진 회계법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역사가 필요하다"며 "딜로이트 입장에서도 안진을 대체할 만한 회계법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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